제주 가시리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대회 후기: 10km 초보자를 위한 꿀팁과 유채꽃의 유혹

1. 마라톤과는 또 다른 매력, 트레일러닝의 시작

서울에서 열리는 평지 위주의 마라톤 대회는 여러 번 참가해 봤지만, 산과 들을 달리는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제주 가시리에서 열린 이번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은 시작부터 마라톤과는 공기부터가 달랐어요.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런 가시리공연

대회 시작 전, 가시리 어머님들이 보여주신 파워풀한 북 공연은 정말 프로급이었습니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심박수가 올라가는데, 제주의 에너지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기분이었죠. 가시리 마을 어머님들은 공연뿐만 아니라 중간 음수대에서 한라봉도 직접 까주시고, 완주 후 맛있는 국수까지 말아주시는 등 이번 대회의 진정한 주인공이셨습니다.

2. 육지 사람들의 유채꽃 사랑, 그리고 제주도민의 쿨함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스타트라인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코스중에 유채꽃밭

경기 초입에서 만난 끝도 없이 펼쳐진 유채꽃밭! 여기서 사진을 안 찍고 그냥 지나치는 건 유채꽃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결국 저도 잠시 멈춰 서서 인생샷을 남겼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제 뒤에서 달리던 제주도민분들의 반응이었어요. “촌스럽게 육지 사람들은 유채꽃에서 사진 찍네~” 하시며 쿨하게 지나가시더라고요. 처음엔 조금 민망했지만, 대회를 마치고 제주 여행을 다니다 보니 길가며 집 앞이며 유채꽃이 발에 치일 정도로 흔한 걸 보고 그 말씀이 단번에 이해됐습니다. 하지만 ‘육지 사람’인 저희에게 노란 유채꽃 물결은 정말 끝내주는 힐링 포인트였어요.

3. 고수들이 스타트라인 전면에 서는 이유: ‘병목현상’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코스중에제주풍경

마라톤과는 너무 다른 트레일런의 묘미ㅎㅎ주변에 너무 끝내주는 풍경들을 보면서 달릴수있다는 거예요ㅎ

날씨도 아주 덥지도 않고 바람도 살랑 불어서 달리기도 아주 좋은 날씨였답니다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병목현상

이번 대회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기록이 중요하다면 무조건 앞에서 출발하라”**는 것입니다. 10km 참가자만 1,200명이 넘고 36km, 100km 주자들까지 섞이다 보니, 산길로 접어드는 좁은 구간에서는 반드시 병목현상이 생깁니다.

산길은 옆으로 치고 나갈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뒷그룹에서 시작하면 앞사람의 속도에 맞춰 강제로 걸어가야 하는 구간이 많아요.

  • 코스의 다양성: 이번 대회는 진흙 바닥의 동굴,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계곡, 미끄럽고 좁은 내리막길 등 다이내믹한 지형이 펼쳐졌습니다.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오르막러닝
  • 전략적 러닝: 컷오프 타임 안에 들어오려면, 병목 구간에서 잃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오르막이나 평지처럼 뛸 수 있는 구간이 나오면 무조건 속도를 내야 합니다.

6. 6km의 간절함, 인생 한라봉을 만나다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음수대 한라봉시식

사회자님이 5km 지점에 음수대가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제 가민(Garmin) 워치가 6km를 가리킬 때까지 물 한 모금 보이지 않아 정말 애가 탔습니다. 보통 10km는 물 없이도 뛰니까 준비를 안 했는데, 산길이라 체력 소모가 평지의 두 배는 되더라고요. 내년에는 반드시 물은 준비해가야겠어요!

목이 타들어 갈 때쯤 나타난 음수대는 그야말로 오아시스였습니다. 물, 콜라, 게토레이도 반가웠지만, 가시리 어머님들이 정성껏 까주신 한라봉은 제 평생 먹어본 과일 중 가장 달콤하고 시원했어요. 입안 가득 터지는 한라봉 즙 덕분에 방전됐던 에너지가 순식간에 충전됐습니다.

5. 완주의 기쁨과 내년을 기약하며

제주 파타고니아 트레일러닝 유채꽃밭촬영

한라봉 파워로 남은 거리를 영차영차 달려 드디어 컷오프 이내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완주 후 먹은 따뜻한 국수는 세상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맛있었어요. 오르막 구간에서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메달을 목에 걸고 나니 그 힘듦은 보람과 재미로 바뀌었습니다.

남편은 이번 대회가 너무 좋았는지 벌써부터 내년엔 36km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고 하네요. 저 역시 제주의 바람과 풍경을 온몸으로 느꼈던 이번 트레일런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가시리에서 다시 달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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